2016 - 회고

2016. 12. 16. 14:57

이제 2016년을 어느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굵직한 일들이 마무리되면서 조금 더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필요한 이 시점,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정신없이 흘러갔던 이 시기와 다음의 여러 계획들이 공존하면서, 이럴 때일 수록 자신이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한다는 연륜도 생긴 그런 서른이다.

사실, 올해만큼 다이나믹한 한해도 참 오랜만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키워드는 '실패'다. 여러 의미로 활용될 수 있는 이 '실패'를 올 한해 너무 많이 거쳐오다보니, 이제는 면역력이 생긴건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하고자 하는 건지, 다시금 스스로를 다독이며, 너는 충분히 가치있고, 멋지고 잘 해내고있다고 암시를 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요즘이다. 이제는 이 감정과 답답함을 스스로에게 숨기지 말아야겠다. 나를 정녕 믿는다면, 죽음 이전의 절박함과 젊음의 패기를 활용하여 이 모든 과정의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는 의미가 없을진대. 하지만, 나는 사회안에서 사회인으로 살고있으며, 그와 밀접한 삶과 미래가 있기에 롤러코스터처럼 출렁거리는 이 감정과 이성은 빠져나갈 수 없는 정글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키워드는 '배움'이다. 기술을 배웠고, 사회를 배웠고 사람을 배웠다. 이 배움과 경험이 공존해있는 회고록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순서는 생각나는대로.


1. 리모트 워킹

작년에 오랫동안 일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새로운 회사로 적을 옮겼다. 그 이전부터 이 회사에 기술적인 도움을 주었고, 함께 미국시장에 뛰어 들어가 내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은 열망에 부풀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방향이었다. 나는 조건 없이 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한 순진한 개발자일뿐. 커리어적으로 짧은 기간동안 일했던 경험은 현재도 리쿠르터들이 오해의 여지만 남길 수 있는 병목이 될뿐이다. 그럼에도 배운것은 미국에 있는 CEO와의 리모트 워킹 경험. 대부분 온라인 상으로 리모트 워킹을 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장점 및 단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다. 제주에서 훤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작업하고 산책했던 여유와 고즈넉함. 대설이 와서 제주에 묶였던 경험등. 처음 해보았던 경험은 늘 소중하다. 참고로, 이 일을 계기로 순진함의 탈피와 이 업계에 만연해있는 이름 좀 알려진 한인 사업가들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에, 리모트 워킹의 성지라 불리는 발리로 갔고, 거기서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다른 외국인들 앞에 발표도 하면서 리모트 워킹의 가능성과 불편함 두 가지를 분명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2. 사기

사모펀드 관련한 투자에 대한 사기를 당했고, 천여명에 이르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지금까지도 법적 공방에 엮여있다. 생전 처음으로 배상신청도 해보고 법원에도 참관하여 피의자들의 피해자 코스프레식 변론을 듣고 있자니, 이 법과 밀접히 연관된 사회의 다양한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국민을 위한 법이 무척 약하다는 사실과 함께, 최순실 부터 시작된 현 꼭두각시 대통령의 사건을 보고 있자니, 이 한국에서의 삶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3. 사업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에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떨어지는 일이 수없이 반복된 가운데, 다행히 통과된 몇가지 사업이 있었고, 창업 교육과 함께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고, 서류처리와 같은 자질구레한 일을 모두 처리했다. 기획,개발,홍보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해보았고,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만났다. 3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창업가 친구들과 친해진 것은 무척 든든하다. 그 밖에 지금까지 이 업계에 있으면서 진솔하게 쌓아왔던 여러 사람 네트워크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큰 가치를 자각하게 되었다.

4. 외주

사기로 떼인 돈을 메꾸기 시작한 외주건. 운좋게도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났고 월 최고 수익을 경신했다. 하지만, 외주 프리랜서 일이 내 종착지는 아니기에 이정도로 만족 및 마무리. 그래도 이 업계에서 내 기술로 굶어죽을 일은 얿겠다는 자기 확신을 얻었다.

5. 파티

사업과 관련있는 다양한 파티에 참여도 하고 개최도 했다. 외국인 파티부터 게하 파티, 소셜댄스 파티, 전주 낭만시대 게하에서의 파티 개최. 시국이 안좋을 때 외지에서 파티를 진행하다보니, 비오는 날에도 전단지 및 홍보 포스터를 붙이며 고군분투 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파티였다. 그럼에도 이 파티의 즐거움과 애로사항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들.

6. 해외취업

실리콘밸리부트캠프라는 실리콘밸리로 진출을 원하는 개발자들과 디자이너, 그리고 다양한 멘토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에서, 해외취업을 위한 여러 과정을 거쳤다. 인터뷰부터 알고리즘 스킬, 다양한 레쥬메를 apply해보고, 폰 인터뷰도 해보고, 면접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었고, 영어 스킬의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 다양한 인터뷰 스킬들을 적용해보며, 세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도 확인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과정이 현재도 진행중이다. 아마 지금껏 200건 넘게 지원을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렵고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능숙해졌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이젠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단지 fit 이 안맞을뿐.


난 이번 한해가 시행착오의 해라고 여기고 있다. 이 사회 및 사람에 실질적으로 다가가며 실패하고 배운 경험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나는 날아 오를 것이다. 이제는 어린 애벌레가 아니기에 더욱 더 하늘을 향해 날개 짓 할 수 있다.

Posted by Elegant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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