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며

2012. 9. 4. 23:38

어느덧, 더운 여름을 가시게 하는 가을 입문 비가 흐느적 내린다. 

이렇게 수소문 없이 가을이 찾아오고, 낙엽이 떨어질 때쯤 추운 겨울이 오겠지.


몇달 동안 글을 길게 끄적이지 않았다. 말이 많고 싶지 않았다. 신세 한탄하거나, 스스로 다짐하는 글 따위 적기보다 가시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보여주는 대상이 나든 주변 사람이든 스스로의 변화를 경험하고 싶었다.


결과는 중박이다. 계획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꾸준히 한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것들. 이 선택에 대해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선택의 기로가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 어떤 선택을 했든 지금은 지금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제대로 된 시작이라고. 그것이 나라는 상품을 이 시장에 비싸게 팔 수 있는 고급 인력으로 가는 길이든, 나만의 혁신적인 무언가를 이룩하는 길이든, 난 이제까지 은연중에라도 내 인생이 자신 있었고, 그것이 자존감으로 대두되는 신념으로 버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약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안되겠다!

라고 머릿속으로 되늬웠던 날이 수도없이 많아졌다. 주말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기위해 절친한 친구놈 붙잡아 그 마음을 비추는 것도 이제 질릴만 했고. 그럴수록 스스로가 비참해졌다. 


여행 중에 미친 짓을 한 적이 있다. 승부역이라는 오지역을 가려고 했는데,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버스와 도보를 통해 그 곳을 향해  가겠다는 미션. 비가 퍼붓는 야밤에 아무런 빛도 비추어지지 않는 깡시골 마을 도로를 걸어가며, 난 두려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에 헤드라이터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내 자신에 무슨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았다. 추적추적 대는 빗소리 만이 들리는 칠흑같은 암흑세계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결국, 가까스로 그 역에 도착했을 때, 느낀 것이 있다면 그 두려움과 공포는 스스로가 주입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지금의 나는 그 두려움을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며 조급해하는 듯 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단순히 넘겨보며, 아둥대는 현재의 모습이 무척 찌질해 보였다. 그럼에도, 나름의 노력을 한 것에 대해 위안을 삼아야할지, 더욱 채찍질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 나는 기꺼이 마음을 먹었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때, 그 미래의 두려움이 점차 사라질 거라는 믿음.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신중하게 힘을 싣고, 그 곳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추진력이 

지금의 젊음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너무 큰 자존감이, 허둥대도 만족이라는 합리화로 나의 앞길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Posted by Elegant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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