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1 ~ 2013.02.06]


뒤늦게 라오스 여행의 여정을 정리한다. 두개의 포스팅을 거쳐 각 포스팅마다 독립적으로 구성해보고자 한다.

여러 일들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매우 특별한 휴식과 경험을 했던 라오스 여행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나는 라오스를 선택했을까. 사실, 도서관에서 봤던 라오스 관련 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 책에서 라오스를 통칭하는 공통된 제목은 '때묻지 않은 느릿느릿한 나라' 라는 힐링 국가의 단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어쩌면 내 자신에게 힐링이 필요했기 때문에 한번 가보자고 스스로를 독려했었다.



저 멀리 햇빛이 드리누운 지평선을 바라보는 비행기 안에서의 느낌은 항상 여행의 첫 시작을 알리는 마냥 설레었다.



비엔티엔에서 전날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다음날 아침 지도를 하나 가지고 무작정 걷기로 했다.



불교 국가이다보니 이 곳에서도 곳곳에서 불교사원이 많이 보였는데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었다.




사실, 불교 국가에서의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여유있고 매사가 느릿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곳 안에 들어가보면, 한참 오래된 불교미술로 점칠된 벽을 볼 수 있는데, 무척 장관이었다.



이 곳은 개인 묘지 공간으로서, 죽은 사람의 인분을 보관하는 장소인 듯 했다.



시내에 나와보면, 많은 뚝뚝이와 자동차들을 볼 수 있었고 특별히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비엔티엔에서 더이상 시간을 뺏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 트럭에 탔다.

같이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 안에 같은 내 또래의 한인 여자분과 대화도 나누고,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을 네시간 여나 달린 끝에 방비엥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방비엥에서 내가 가려고 했던 한인게스트하우스가 있었는데, 내가 위치를 잘못 확인했는지 계속 헤매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Family 라는 간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어떤 힘에 이끌려 그 곳을 들어가게 되었다.

그 들어간 결정이 이번 여행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이 친구들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밑의 후기에.



다음날, 오토바이를 타고 때묻지 않은 자연 위를 달렸다.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최고의 체험이었다. 

위와 같은 자연이 쉴새 없이 나를 찾아왔다.



이 곳에 사는 현지인도 오토바이를 주 교통수단으로 활요하기에 도로는 나름 잘 뚫려있었다. 가는 곳곳에 이곳에 사는 현지인 분들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때묻지 않은 자연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 곳의 귀여운 아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해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마치, 이 해맑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알리듯이.



동굴에 들러 동굴체험을 하게되었다. 한 현지인 가이드를 모시고, 험한 동굴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험도 즐기면서,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운 형상을 바라보면서.



함께한 친구들의 모습.



다음날 주인장 누님과 남정네 삼총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러 가려는 계획이 있었다.

가는 길에 한 시장에 들러, 점심거리와 아이들에게 나눠줄 슬리퍼를 사야 했다.



여느 나라에 가도 시장의 모습은 비슷하다.



이 곳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슬리퍼를 구매했다.



주민들의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이 곳에는 경찰관도 잘 보지 못했고, 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기에 충분히 알코올릭 오토바이 운전도 가능했다. 하지만, 내 몸은 내가 지켜야.



가다가 허기질 때면 이렇게 열대 과일이나 사탕수수와 찹쌀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가는 와중에 깨끗한 계곡 물에 발이라도 담고자 쉬어가게 되었다. 깨끗하고 맑은 물 앞에서 나는 내 지쳤던 몸과 마음을 놓았다.



드디어 도착한 초등학교. 이 문양은 이전에 한인 교회봉사단체가 꾸며놓았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간다고 하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무척 뿌듯했다.



해맑게 환영하는 젊은 선생님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한국과 라오스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아이들을 위한 여러개의 컬러판 교과서들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 국가이다보니, 이렇게 부처의 탄생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았다.



슬슬 등교 시간때가 되니 아이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한다.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 무척 흥미롭게 보일터.



이 더운 날씨에 우산을 쓰는 아이가 있었는데, 선천적으로 아픈 아이라고 했다.



맑은 하늘 아래 라오스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빨간 지붕 아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우리 주위로 모여든 아이들. 그 중에서도 머리를 계속 매마지던 여자 아이가 있었다. 쉴새없이 단장을 하며 미소를 지으는 모습이 미래에 연예인으로 데뷔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손을 맞잡으며 예쁜 미소를 짓는 아이들



남자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기계에 관심이 많은 본능을 타고 났다. 우리를 눈치보면서 오토바이를 매만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신선한 자연내음과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옛날 어렸을 적 나도 이렇게 놀았다지.


아이들에게 신발을 나눠주는 선생님들. 아이들은 슬리퍼를 받기 만을 고대하며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었다. 사실, 이 때 조금은 마음이 아팠고 문득 궁금해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서 신발 하나 제대로 신기 어려운 아이들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분명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예쁜 아이들을 남겨두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 길에 넓찍한 정원이 있어 들르게 되었다.



또, 가는 길에 한 시장에 들러 이색적인 물품을 파는 모습을 발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오토바이에 기름이 충분히 남았기에, 민제라는 친구와 근처 한바퀴를 돌아보자고 했다. 호수 근처에 다다르니 열풍선들이 여러개 날아다니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두갈래 길로 나눠져있어서, 블루라군으로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는데,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은 험한 산길로 향했다. 궁금한 나머지 계속 길을 나아가서 앞다른 언덕까지 와서야 다시 내려왔다.


다음날, 패밀리의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비엔티엔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비엔티엔에 도착해 여섯시간이나 남은 귀국편 항공기를 기다리려고 메콩강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는데, 바로 앞의 라오스 현지인 친구 두명이 말을 건네왔다. 유창하게 영어로 말을 건네며 자신의 전통음식을 권유하길래 나는 괜찮다고 하였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이나 함께 먹자고 하였다.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라고 여기며, 그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23밖에 안된 숙녀였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부자 가족들에게 영어 강사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마치고 그녀는 내가 저녁을 대접했으니 자기가 기념품을 주겠다며, 근처 시장의 라오스의 전통문양이 담긴 티셔츠를 선물로 주었다. 

그녀와는 현재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페이스북 친구이며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어학 관련 일을 하고 왔다고 한다. 참 대견한 친구다.


이번 라오스 여행에 지금 다시 그 감정과 느낌을 정리한다기보다, 내가 머물렀던 방비엥 패밀리 게스트하우스의 게시판에 남겼던 전문을 공개하며 이 글을 마치려한다. 다음 편에는 추가 사진들과 이 곳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방비엥 패밀리 ( http://cafe.naver.com/vangaiengfamily ) 에 올린 후기 전문.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박대리입니다.^^

방금 한국에 도착해서, 졸음을 뒤로하고 마저 글 쓰고 자려고 해요.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보탤게요.ㅎㅎ

그만큼, 짧은 여행동안 패밀리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비엔티엔에서의 실망감을 뒤로한채, 방비엥이라는 낯선 곳에 발을 딛고서, 어느 곳으로 숙소를 정해야할까 생각해보다가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나왔어요. 블루와 패밀리. 같은 한인 게스트하우스라는 점이 동일하고 일정 투어에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기에, 그 중에서 이름이 제일 맘에 드는 패밀리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 였어요.

패밀리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 세분이 반겨주시더라구요. 다행히 한국어를 잘하시기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지는 않았지만, 외모로 보면 분명 그러하더군요. 거기다가 능글맞게 웃으시는 주인장 누님의 체크인 조차 필요없는 무규칙 인간미 철철의 예사롭지 않은 내공을 보면서, 이곳의 분위기를 차츰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외로운 영혼을 위해 비어라오로 환대해주는 친구분들의 멋진 배낭여행 스토리는 저 스스로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구요. 맛있는 바베큐 파티와 함께 끝나지 않는 밤의 말리 오빠의 레게 음악을 들으며, 함께 여행하게 될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올법한 세 명의 친구들의 매력을 차츰 알아갔지요.

다음날 오토바이를 타고 동굴을 향해 먼길을 떠났어요. 낯선 이국땅의 인위적으로 물들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멋진 풍광을 보면서, 오토바이를 줄지어 타고 가는 것이 꼭 영화 '모터사이클다이어리'를 닮았다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자연이 만들어낸 동굴의 신비로운 내부 탐험도 신비했고, 예기치 않은 사고도 하나의 이야기거리가 되었구요. 가장 재밌었던 것은 블루라군이었어요. 생각보다 작은 블루라군에 대한 처음의 실망감이 그래도 왔으니 물에 담가보자라는 희망으로 바뀌었고, 결국엔 수심 5미터의 압박으로 네 몸뚱이가 튜브 하나에 의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죠ㅋㅋ

그 다음날 시장에 들려서 흥정도 해보고 다양한 물건들도 구경해보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신발을 샀어요. 시원한 물놀이를 하다가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조금씩 등교하기 시작했는데, 참 때묻지 않은 순박하고 밝은 표정의 아이들이 '싸바이디'를 할 때마다 너무나 귀엽고 예뻤어요. 한국의 '오재미'같은 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 아이들 틈에 끼어서 놀기도 했고, 한 사내아이가 꽃 한송이를 쑥쓰러워 하며 제게 넘겨주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었지요. 아마도 이 꽃이 제겐 라오스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오후에만 연다는 오후시장에서 쥐,뱀,벌레 등에 놀라워하며 늦은 오후엔 오토바이 전력질주 그리고 라오스 현지식 사우나까지 특별한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음날 이제 떠나야하기에 사람들과의 짧은 아쉬움으로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

울지않는다고 큰소리 쳤건만, 사실 크게 울진 않았고, 비엔티엔으로가는 버스안에서 눈물이 조금씩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이 눈물의 원인이 하품때문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 같구요.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듯해요. 자연 안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것이 행복이구나라고 당면한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준 패밀리 너무 고맙습니다. 헛짜이~!!


-패밀리 추장 경은 누님 
능글맞은 웃음이 매력적이신 양희은 닮으신 누님. 정말 친절하시고 인간미가 너무나 넘치시기에 손해보는 장사하시는 누님 덕분에 짧은 여행 알차게 보냈어요. 다시 또 조만간 라오스 찾아오면, 패밀리 잊지 않고 들릴게요. 그동안 건강하세요^^
-알리 선화 누나
여행의 낭만을 아는 누님이랄까. 나이따위에 굴하지 않고 젊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표정에 배어있다보니 동안인 이유를 알겠어요. 저도 누나 얘기를 들으니 필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가봐야 할듯. 혹여나 가게되면 정보 공유좀 부탁해요^^
-김나영 다예
막내라고는 하지만 막내같지 않은 엄청난 포스녀. 내가 있던날 운도 지지리도 안따르고 블루라군에서 수심 5미터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풋풋한 여동생같아서 몰래 아빠미소를 지었다지.ㅎㅎ생일축하해^^
-현지인 경석
현지인의 재림. 다양한 재치있는 언변으로 여성팬들을 즐겁게하고 있으며, 처음엔 귀찮은척 못하는척 다해도 결국엔 모든 것을 다보여주는 정 많은 매력남. 남은 여행 잘하고 서울에서 봅시당~!!
-망고스틴 민제
구수한 청년. 정말 마님을 잘 따를 것 같은 이미지상이랄까. 큰체구에서 품어져나오는 친근한 말투의 매력에 그 누구라도 빠져나오기 힘들것 같아. 같이 오토바이 질주한것 재미있었지? 남은 여행 잘하길~!!
-송대관 주호
다른 닉네임 물미역. 은근 희안한 춤을 잘추는듯ㅋㅋ 어려운일 솔선수범하여 먼저 행하는 이 시대의 오빠같은 푸근한 이미지. 내 변변찮은 유머 잘받아줘서 더더욱 고마운 친구. 밀양 여행가면 꼭 부를게~!!
-아리가또 하석
사차원 매력남. 술은 못마시면서 첫날에 무리하게 달려 안색이 삼일 내내 안좋았지만 그만의 독특한 끼로 항상 아리가또를 외치는 친구. 내 사탕수수 cf좀 나중에 공유해줘~ㅋㅋ
-누렁이
누렁아 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의 삶의 방식도 배울게 있었어. 고맙다.^^




Posted by Elegant Universe
 

(2.13~2.17)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다. 행선지는 태국 방콕.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따뜻하고, 짧은 기간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망한 프로젝트.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 지루한 회사 생활을 벗어나, 저 어딘가로 떠나면, 그 시간만큼은 새롭고 즐겁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바쁘다보니, 짐과 여행가이드를 전날 부랴부랴 꾸리고, 의외로 마음도 평탄하고 고요했다.

생각해보니 이 여행 전날로 돌이켜보니 재미있는 것이 있다.

난 아침 일찍 떠나야함에도 누군가와 밤늦게 까지 대화하고 있었다. 무엇을 그리 대화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앞으로 4일간 혼자 이국땅을 떠돌게 될 외로움을 미리 풀려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독이 됬다. 여행 내내 그 누군가가 생각이 났으니.

 

잠을 많이 못잔 채로 허겁지겁 일어나, 짐을 메고 아버지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괜시리 미안했다. 살림에 바빠 제대로 된 여행도 못하셨던 어머니도 공항의 비행기를 보며 그 설레임을 대신하려는 생각에서 같이 공항으로 향하는 내내 저 멀리서 떠오르는 해가 상당히 애틋해보였다.

 

 

수속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가 커다란 비행기를 보는 순간, 여행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 5시간 내내 못다한 잠을 잤다.

 

방콕 시간 2시간 반 경 도착.

방콕은 우리나라 시간 보다 2시간 느리다.

내리자마자 뜨거운 온기에 정신이 확 들었다.

섭씨 30도 정도 되보이는 날씨에 각양 각지에서 모인 여러 외국인들이 여권 수속을 받으려고 줄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방콕 시내. 난 이 시내로 가야 했기에, 뭣도 모르고 공항 철도를 타고 갔다.

나름, 외국인 들을 배려한 시스템 덕분에 시내를 이동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커다란 짐을 앞에 두고 따뜻한 햇살이 비춰지는 여러 새로운 느낌의 건물을 차창 밖으로 지켜다 보니 기분이 참 묘했다.

 

 

새로운 이국땅을 밟았을 때의 그 설레임, 두려움 모든 감정이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깨달았다. 나는 약한 존재라고.

 

철도 밖으로 빠져나와 나를 자극했던 것은 방콕의 공기 냄새였다. 그리 좋다고 느낄 수 없는 탁하면서도 찌는 듯한 냄새. 신호등도 제대로 없는 도로와 매연을 가득 품으며 나란히 향하는 여러 교통수단들.

드디어 왔구나. 방콕. 싸왓디 캅~

 

지하철을 타고 룸비니 공원 쪽에 내려 택시를 타고 ibis 호텔로 향했다.

 

 

나름 호텔이 깔끔하고 넓었다.

티비를 켜니, 역시나 태국의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태국이 불교 국가이다보니, 불교 관련 음악,강의,광고,코미디 등 연관된 내용이 많았다.

 

 

벌써, 날씨가 어둑해져, 바로 밖에 길거리 음식을 먹으러 나갔다. 처음 보는 음식과 길거리 사람들을 보다 보니, 느낌이 참 묘했다. 그리고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사람과 말도 다르고, 외모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는 것. 그런 선입견이 나와 이사람을 갈라놓는 장벽이라는 것.

 

 

첫 길거리 음식은 나름 먹을만 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이상한 맛을 내는 채소가 있었는데, 헹주물 빤듯한 톡 쏘는 구역질 나는 그 유명한 '팍치'라는 것은 도저히 먹기가 힘들었다.

아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건데 '마이 싸이 팍치'

 

 

다음날 아침, 화창한 하늘 아래 본격적으로 짐을 메고 출발했다. 역시나 도로엔 차가 많고, 신호등도 없어 길을 건너기가 참 dangerous했다.

 

 

무작정, 현지 사람들 가는 길 따라가다 보니, 이런 선착장이 보였다. 차오프라야 강이 길게 퍼진 방콕 시내는 이런 배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이른 아침이다 보니,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방콕을 잘 돌아다니다보면, 저런 국왕 사진을 많이 볼 수 있게 된다. 국왕을 국민들이 상당히 신봉하는 나라이기에, 이런 장면도 이채롭다.

 

 

더운 날씨로 인해, 수상 가옥도 잘 발달이 되어 있다. 물은 더럽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곳. 나름 살만해보였다.

 

 

새벽 사원 왓와룬이라는 사원인데, 이 곳은 아쉽게도 들리지 못했다.

 

 

카오산 근처의 공원에 들어선 나는 어제 먹은 음식이 몸에 안맞는지 뭔가 이상한 배를 움켜잡고 서서히 여행을 시작하고자 했다.

오늘 여행의 모토는 무작정 도보 여행이었다. 국내 여행 시 자신있었기에 이번에도 나를 믿었다. 하지만, 나중엔.....

 

 

배낭여행자들의 거리. 카오산 로드. 이 곳을 들어서자마자 여러 인종의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고, 많은 상점이 늘어져 있다. 낮엔 한산하지만, 밤에는 골목마다 북적거린다고 한다.

 

 

이 근방의 도로는 엄청 복잡하다. 평일 낮 한산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소음소리와 매연과 차들, 많은 외국인들, 게스트하우스 등등 우왕자왕 복잡한 곳이다.

 

 

웅장하고 분위기 있어보이는 여러 종류의 사원들. 방콕 내엔 수많은 사원들이 있다.

 

 

카오산 로드를 벗어나 동쪽으로 무작정 길을 걷다 보니, 높은 곳에 위치한 금색의 사원이 보였는데,

이 곳이 바로 Golden Mount 푸 카오 텅이라는 사원이었다.

 

 

정말 높아보였다. 많이 걸어온 터라, 다리가 많이 지쳤지만, 정상을 향해 걸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자,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어떤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소원을 빌거나, 점괘를 보는 사람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이런 문화에 습관이 배여있는 사람처럼 능숙하게 기도를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불경 소리가 들리는 옥상으로 올라가자 커다란 golden mount 앞에 가족들이 절을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가족의 평안을 비는 듯한 그들은 이런 신앙의 힘으로 여생을 살아가는 듯 하다.

 

 

정상에 오르면 이렇게 방콕 시내가 확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 밤에 오면, 더 멋있을 것 같다. 시원한 바람에 이제껏 피로도 날아가는 듯 했다.

사원을 내려가 생수를 사 먹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걸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무작정 길을 한참 걷다가 이 곳이 도대체 어디쯤인지 분간이 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커다란 다리를 건너고 계속 걷다가 알 수 없는 태국어와 시끄러운 도로 소리, 찌는 듯한 날씨가 나를 미치게 만들 즈음,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위치와는 정 반대였다. 방콕의 서부 끝자락으로 방콕을 떠나가던 중이었다;;

택시기사에게, 두씻 쪽으로 보내달라고 말을 했다.

 

 

택시에 내리니, 이런 라마 9세 동상이 있었다. 예전 태국 국왕이다.

 

 

두씻 궁전이라는 국왕이 사는 궁전인데, 주변이 상당히 넓고 깔끔해보였다. 하지만, 그닥 별로 볼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그 근방으로 쭉 걷다 보니 많은 사람이 밀집된 골목이 있었다. 그 주변에는 경찰들이 둘러쌓여 있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호기심에 그 곳을 들어가 봤다.

 

 

숨막힐정도로 찌는 듯한 날씨에 이런 텐트가 밀집해 자리잡혀 있었고, 주변에 있는 시민들은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태국어로 쓴 팻말이 이해는 안되었지만, 지나가다 사진을 보니, 예전 반정부 시위대가 남아있던 것이다.

위험한 곳이기도 해서, 어쩐지 외국인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 곳을 나왔다.

 

 

한편, 그 근방엔 승려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앞으로 어떤 행사가 벌어지는 듯,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길을 더 가다보니 한 고등학교 주변에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때가 발렌타인 데이라, 귀여운 학생 커플들이 자주 보였는데 이렇게 남학생들이 누군가에게 줄 꽃을 사려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초콜릿은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더운 지방에서는 빨리 녹아버리므로, 사랑 고백의 날쯤으로 여기는 듯 하다. 한 조그마한 남학생이 한 손에 꽃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부러웠다.

 

 

더운 날씨에 엄청 걷다보니 슬슬 지쳐갔다. 편의점에서 사먹은 요쿠르트, 콜라로 수분을 계속 공급해가면서 계속 걸었다. 여행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다짐하면서.

 

 

이 사원에도 들러보고 또, 길을 잃어 정처없이 걸었다. 시끄러운 소음과 매연이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고, 가끔씩 사먹는 열대과일이 나를 달래주었지만, 이 곳은 도보여행하기 힘든 곳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걷다보니, 결국 카오산 로드로 다시 왔다.

 

 

그래서, 그 근처에 있는 유명한 왓 프라깨우 사원에나 들릴 생각으로 그 곳을 향했다.

 

 

벌써, 해가 많이 내려앉은 시간이 되었고, 많이 지치다보니 사원을 봐도 별로 느낌이 없었다. 왜 저걸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결국, 그 근처의 경치 좋은 선착장에 앉아 쉬었다. 난 이런 노을이 강물에 조금 드뉘어진 날씨를 매우 좋아한다. 이 것을 보고 있으면, 나와 이 세상이 평화로워 지는 것을 느낀다.

 

 

해와 사원, 강이 절묘하게 섞인 한 컷. 이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닌 같이 저 풍경을 공유하고 싶다.

 

 

왓와룬 쪽으로 향했다. 너무 힘이 들어 톡톡 이라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를 타고 향했다. 지나가다가 대학교도 볼 수 있었는데, 이 곳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 점이 특이하다.

 

 

그 근처에서 전통 발 마사지를 받았다. 발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마사지사는 한시간동안 피로를 풀어 주었다. 마사지 비용은 단 만원도 들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이 때 아직 화폐개념이 정립이 되지 않아서 마사지사에게 팁으로 10밧을 줬는데, 한국 돈으로 400원도 안되는 돈을 준 것이다.

 

 

그렇게, 밤이 되어 배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페리가 참 운치 있다.

 

 

힘이 들었지만, 잠깐 그 유명한 팟퐁 거리를 가보고 싶은 생각에서 전철을 타고 들렀다. 사람이 완전 미어 터졌다. 팟퐁엔 야시장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feel이 꽃히는 선물을 사고 호텔로 들어 왔다.

 

 

다음날 아침, 호텔 근처에 있는 크넉 톤부리 역으로 향했다. 어제 고생을 많이 해서, 이번엔 쉽게 여행하려고, 시암 스케어 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방콕은 오토바이가 참 많다.

 

 

시암 스퀘어. 한국의 명동 같은 곳으로, 커다란 최신식 건물이 들어서있는 곳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여러 옷과 물품을 보면서 어제의 피로를 달랬다. 가만보니 현지인들의 패션 감각도 뛰어나보였다. 이 곳 상당히 현대화가 되었구나.

 

 

푸드코트에서 맛있는 누들을 먹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영화관 도착.

내가 선택한 영화는 'No String Attached' 애쉬튼 커쳐와 나탈리 포트만이 귀엽게 나오는 영화로 재미있었다.

영화관의 시설은 내가 지금껏 가본 영화관 중에 으뜸이었다. 정말 크고, 웅장한 사운드 효과에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한 공기에 사람도 얼마 없는 이 곳. 아마, 이 곳에 살면 이 영화관에 자주 들릴 것 같다.

또한 영화가 시작하기전 의례가 있는데, 국왕 영상이 나오고, 그 때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것 또한 이채로운 문화이다.

 

 

그렇게 놀다가, 식료품 가게에서 여러 물건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짐을 풀고,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팟퐁에 다시 가보기 위해서.

이젠 전철 타는게 현지인 처럼 익숙해졌다.

현란한 전광판과 이곳 저곳에서 달려드는 삐끼들. 이 거리는 환락의 거리이다. 마약 같은 것을 파려는 사람, 좋은 여자 있다며 내 팔을 이끄는 사람, 이상한 문신 타이즈를 파는 사람 등. 신기한 장면이 많았다.

 

 

골목마다 특이한 바들이 많았다. 트렌스젠더 바, 게이 바 등. 이 골목을 혼자서 가로 질렀다. 어려보이는 태국 남자 여럿이 팬티하나 걸친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바엔 당연히 대부분 남자들이 많았고, 난 어느덧 발걸음을 빨리 해서 나갔다.

이 곳은 혼자 다니기엔 상당히 위험한 곳인 듯 하다. 신원 안전이 보장이 안되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떠나야 한다. 호텔방은 이미 완전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이번엔 마분콩 센터. 한국의 동대문 시장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여러 옷들을 보며, 가족들의 선물을 사며,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점심에는 태국 유명한 음식인 똠양꿍을 먹었는데, 내 입맛에 너무 안맞았다.

 

 

지나가다가 여럿이서 소리치는 모습이 들려, 가보니, 상점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 곳도 우리와 별반 다른게 없군.

 

 

마지막으로 룸비니 공원에 들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 옷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시끄러운 도시 사이로 이런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공원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묘하게 새가 날아드는 장면 한 컷.

 

 

이거 개판이군.

아무래도 개님들이 수행중이신것 같다.

 

방콕에는 더운 날씨인지 이곳의 문화가 달라서인지, 개들이 우리나라의 개들과 다른 점이 많다. 이렇게 드러눕는 개들이 무척이나 많고, 짖지도 않는다. 개가 짖는 소리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잔잔한 호수를 보며, 지난 방콕 여행을 되새겨보고, 나자신을 바라봤다. 새로운 땅에서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한 나의 모습.

이 곳에 나는 혼자 있었다. 내가 이 곳에 있다는 존재를 아는 사람도 떠올려 보고,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도 떠올려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싸들고 호텔로 향하려던 참.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두명이 내게 찾아와, 공항 갈꺼면 같이 택시타고 가자고 했다. 나는 오케이하여,  시속 140km의 총알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여유롭게 공항에 있으려고 일찍 서둘러 간거였지만, 한국은 여전히 추우니깐 두툼한 바지로 갈아입고,

내 외투는.... 아뿔싸!! 놓고 왔다.!!

시간은 7시 11쯤 수속을 밟으니깐 시간은 충분했다. 다시 짐을 끌고,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마카산 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들어가려는 참. 엄청난 traffic jam에 시간은 더뎌졌고, 방콕엔 ibis 호텔이 몇개나 있는지 택시 기사는 그 호텔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결국, 방콕에 있는 3개의 ibis 호텔을 거쳐 가까스로 내가 묵었던 호텔에 도착. 기사에겐 700밧(약 27000원)정도를 지불했고, 내 외투와 셔츠를 돌려받았다.

아까와 똑같은 상황. 이번에 한국인 남자 두명이 공항으로 가려 하길래, 이 사람들에게 같이 택시 잡고 가자고 해서, 다시 아까와 똑같이 공항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 형들을 만난게 다행이었는지, 수속을 기다리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결국은 저녁도 같이 먹고, 남아있는 잔돈 서로 다털어서, 공항 내부에서 엄청 비싼 맥주 한캔씩 들었다.

 

그렇게, 새벽에 공항을 떠나 한국으로. 아듀~ Bangkok.

 

 

떠나기전 마지막 한 컷. 옆분은 방금 말한 형님.

 

 

새로운 이국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많은 경험을 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다. 다른 문화와 다른 언어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지인 보다, 같은 한국인 혹은 같은 목적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배낭여행객에 자연스레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걸 말해주는 듯 하다. 수백년 동안 고유한 문화와 사회를 만들어 온 태국과 그 안에 물들여져 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까? 무슨 즐거움으로 살아 갈까? 발렌타인 데이에 수줍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꽃을 한아름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와 그리 낯설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가족의 안전과 평안을 위해 신에게 기도하는, 국왕을 숭배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난 그토록 신기해보였을까. 분명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더러, 오히려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을지 모르면서도.
 

여행은 그런 의문의 즐거움의 연속이다.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전제하에 그래도 '너를 알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방콕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녔으니.

아쉽게도 방콕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 설레임으로 나중에 다시 이 곳을 들릴 여지를 남겨둔채.

또한, 그 누군가에 대한 설레임을 남겨두고, 나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처럼.

 


Posted by Elegant Universe

카테고리

전체 (118)
Programming (15)
Digital Nomad (2)
Projects (7)
Sound (14)
Travel (69)
Think (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