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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3 최초의 3분 - book report


최초의 3분(The First Three Minutes) - Steven Weinberg

이 지구 사회에서 하루가 다르게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보면서, 신비로움과 겸허함과 같은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지구 저 너머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원초적인 욕구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조상을 찾고 거슬러 올라가, 생물과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탐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이 책은 이 세상이 탄생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최초 우주탄생의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약작용과 전자기적 상호작용에 대한 통일적 모형을 제시하여, 197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초기 우주론이 입자물리학의 주요 주제로 부상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우주 영화의 배경은 태초에 아무 것도 존재 하지 않은 공간에서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로부터 팽창하는 공간이고 주 배우는 몇 가지 힘에 따라 상호작용을 하는 입자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몇 scene에서 어떤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는 급격한 온도 하강 시점에 누가 등장하고 어떤 힘이 작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우주의 최초의 3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 책은 이 물음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어낸 전설이나 우화가 아닌 과학적인 계산의 결과로서 그려지는 일이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 1, 1, 1년의 마지막 순간에 우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선뜻 믿기지 않을 수 있다. 뉴트리노 마저도 열 평형 상태에 있었던 순간부터 헬륨 핵 합성이 이루어지는 시기까지의 빅뱅 이후 최초의 3분을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의 지식으로 그려내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그 진실을 얘기해줄지는 불확실하지만, 그 예측에 대한 가능성만큼은 탐구를 할 수록 높아져 간다.

 

사실,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우주론과 입자물리학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현상을 추론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기존의 일반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고전역학에서, 새로운 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이를 만족할 만한 이론을 제시하려는 현대물리학으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실험 아이디어를 제공 받기도 하고, 이론과 실험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예를 들어, 현대 우주론은 20세기 초엽에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망원경과 레이더 같은 관측 장비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우주 배경복사 같은 현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 현상으로 인해 허블의 우주팽창론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가 되었는데, 이는 과거의 우주로 갈 수록 현재의 우주보다 점점 더 작아지고 물질은 밀집된 상태로서, 더 뜨겁고 고압의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빅뱅우주론은 1920년대 허블에 의해 관찰된 우주의 팽창, 1965년 펜지아스와 윌슨에 의해 발견된 우주배경복사, 우주의 수소, 헬륨 등의 가벼운 원소의 분포가 그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최초의 3분은 이 원소들의 비율이 결정된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시기다. 와인버그는 물질세계의 기반이 이루어지는 최초 3분의 사건을 다루기에 앞서 우주의 팽창과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을 통해 빅뱅우주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먼저 설명한다. 또한, 급격히 팽창하는 초기 우주의 변모를 따라가다 보면 복사가 우세한 우주에서 물질이 우세한 우주로 바뀐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 이 설명 방식은 사건의 원인 결과를 명료하게 짚을 수 있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와인버그는 과학적인 연구 접근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다. 6장에서 우주 초단파 배경복사의 검출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견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 이전에는 이 복사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없었던 것인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이 세가지 이유 중에 한가지는 실험가와 이론가들 사이의 교신에 파국이 일어난 점을 들었는데, 이는 대부분의 이론가들이 등방성 배경 복사가 검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정보 소통이 좋지 않아서, 실험가들도 오해를 하게 되었다. , 제시되는 이론에 따라, 실험이 검증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셈인데, 지금은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의 발달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점에서 정보의 불균형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본다.

 

와인버그가 말한 제일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이 당시, 초기우주의 이론들을 심각하게 취급하기가 물리학자들에게는 비범하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본다. 최초의 3분은 우리와 시간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온도와 밀도의 조건들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이 통상의 통계역학과 핵물리학을 적용하는 데 불편을 느꼈던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물리학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자가 어떠한 이론을 내세웠지만, 정작 자신은 그 이론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 시간이 흘러 다른 학자가 새로운 개념을 주창하는 식으로, 물리학의 역사는 변혁되고 발전하게 된다. 와인버그 역시, 이에 대하여 지적한 바로는 우리의 과오는 우리가 이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대의 많은 연구 과제에서도 한번쯤은 곱씹어 생각해볼 지적이다. 그리고, 학계의 흐름에 따라 대세가 되는 물리학적 연구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주제에만 집중하여, 다른 현상들은 그러한 노력을 들이기에는 적합한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통념도 존재한다. 현재, 대학교 내의 연구부서도 각광 받는 분야에 따라, 그에 할당되는 예산과 연구원의 수가 다르듯이 현대의 과학 연구 시스템에 어느 정도의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1965년에 3K 배경복사의 발견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공로는 우리 모두에게 초기우주가 있었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느낀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이론들이 서적에 일목묘연 하게 정리가 되어 우리는 그것을 체계적으로 쉽게 습득을 하지만, 그 이론을 다듬고 발전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어쩌면, 그렇게 새롭게 이론을 만들고 입증해보는 작업을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기에, 이 일이 생소해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와인버그는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해하지 않고 과학의 성공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내가 물리학을 공부했던 접근방법이 많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흥미를 느낀 것은, 왜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것처럼 우주가 탄생하여, 지금에 이른 것일까이다. 전자, 양전자, 뉴트리노, 광자는 미리 정해졌던 것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의 과정 사이의 평형에 의해 고정되어 있었다. 여기서 미량 포함되어 있었던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현재의 우주에서 원자핵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10분의 1초 후에는 300억도가 되었으며, 최초 3분간의 마지막에는 10억 도에 이르러 충분히 우주가 냉각되어, 양성자와 중성자로 된 중수소의 핵을 비롯해 복잡한 핵들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물리학자들은 이 구성방식에 대하여 왜 이렇게 진행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이런 의문으로부터, 핵물리학과 여러 우주 원리들을 제창하고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훨씬 뒤에 수십만 년 후에는, 전자와 핵이 결합해서 수소와 헬륨의 원자를 이루기에 충분하도록 식어서 중력으로 덩어리를 이루어 현재 우주의 은하와 별들을 형성했다. 정말 이 과정들을 차근히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비롭다. 결국은, 나를 이루는 물질의 근원이 바로 최초 3분 동안에 마련된 것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옳고 그름을 진정하게 확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와인버그가 말하기를, 중요한 것은 이론적 편견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이론적 편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론적 편견의 옳고 그름은 그것의 결과에 의해서 판단될 것이다. 이는 과학이 현 세대에 있어서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말해주는 농축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태초에 대한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에 밀접하게 닿아 있고, 현재까지도 많은 종교인들이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최초' 이전은 대체 무엇일지, 이렇게 우연히라고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과정들을 과연 신이 만들고 계획한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와인버그 역시 8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한다.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어느 것도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이 우주와 어떤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든 태초부터 언젠가 태어나도록 되어 있었다는 믿음을 인간이 갖게 되는 것은 저항할 수 없는 듯하다. 이렇게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든, 그 반대든 이 생각의 기로에서부터 과학은 큰 힘을 발휘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신 이야기에 만족하지 않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많은 사회적이고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우리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한다. 사실, 이 우주를 점점 이해하면 할수록, 그만큼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내가 아마존의 한 원주민으로 태어나 그 부족의 잣대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고 해도, 이 세상과 우주는 변치 않는다. 하지만, 개중에는 '왜 그럴까?'라는 의문 하나만으로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쏟아 놓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난 그런 제안 중에 가장 정직하고 논리 정연한 과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 물리학은 복잡한 물리적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고급 수학을 곁들어 정리하다 보니, 수학적인 계산의 방법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물리적 현상들은 직접 자연의 본질적인 단순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초기에도 미래에도, 거시세계에서도 미시세계에서도, 비슷한 단순성을 보여줄지는 확실치 않다. 무엇보다, 거기에서 그것을 직접 본 사람이 없는 이상.

그래도, 최초의 3분을 통해, 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 우주는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다. 왜냐하면, 이 인간이 탄생하도록 진행된 방향은 137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될 때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Posted by Ssi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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