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서울 > 대전
2일차: 대전 > 전주 > 남원
3일차: 남원 > 지리산 둘레길(주천>운봉) > 목포 > 서울

어두운밤. 기차를 타러 떠났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내 머리를 짓누르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반복되는 하루 일과가 따분했다. 잘되지도 않고 크게 애착도 없는 이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싶었다.
문제의 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런 생각들의 여유를 가지고 싶었을 뿐.

여행 계획이 없었다. 바로 출발하는 열차 타서 마음내키는대로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부산 쪽 가는 경부선 열차를 타고 내려 갔다. 역시 기차 여행은 느낌이 좋다.
규칙적으로 덜컹대는 소리와 차창에 비친 각양 각색의 경치.
정처없이 어디론가 향해가는 기차의 모습이 여행자의 모습과 비슷해서 꼭 그렇다.

호남쪽으로 가볼까 싶어, 대전역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해가 조금씩 뜰 무렵이라 그런지, 매우 추웠다.



지나가는 곳곳마다 하얀 눈과 안개가 사방을 뒤쌓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겨울여행이구나!'
가본적이 없는 전주의 골목길을 걷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곳을 향했다.



전주 한옥마을이다.
눈쌓인 기왓집이 참 예쁘군.


나는 이런 느낌있는 골목길이 좋다.
눈을 사박사박 밟으며, 소박한 이 길을 걷다보면, 참 기분이 좋다.
누구라도, 집 밖을 나와 인사를 해줄 것만 같다.


기왓집의 하얀 눈 소붕이 뒤로 투박한 현대 건물이 보인다.



이 집들은 참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있다. 그만큼 잘 어울린다는 의미다.
추위에 얼어붙은 고드름과 뜨거운 연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언덕 위로 올라갔다. 이 언덕 역시 운치가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가고픈 곳이다.


근처 찻집에서 연잎차를 마시며 고즈넉함을 즐겼다. 뜨거운 차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창문에 으스러질 때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 다시 전주역으로 향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었다. 남원역에서 가까우니,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두시간을 걸었다. 정처없이. 무엇보다 시골 냄새나는 정경들이 마음에 들었다.
늙었나보다. 이런 풍경들을 보며 뭔지모를 안도감을 느낄 정도니.


지쳐서, 국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다시 걸어보려고 했지만, 다리가 너무 저려오고 날씨도 어두워지는 채라, 모텔에 묵기로 했다.
'나원참, 올해 마지막날 홀로 모텔이라니...'


버스를 타고 둘레길로 향했다.
눈이 소복히 쌓인터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장엄하게 눈쌓인 산에 혼자 있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엄청 춥지만, 겨울 산의 운치는 끝내준다.
눈을 사박사박 걷는 느낌도 낭만적이다.

둘레길에서는 이렇게 화살표로 길을 표시해준다.
사람도 없겠다. 눈에 쌓여 찾아보기 힘든 이 방향나무를 따라 정처없이 끝을 향해 떠나는 모험적인 재미가 있다.

거울님도 얼었다.

쌓인 눈을 밟으면, 종아리까지 눈이 찬다. 다행히, 누군가가 먼저 파놓은 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이마저도 미끄럽고, 푹꺼져서 보통 걸을 때보다 서너배 힘이 더 든다.


산은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져있는듯 하다.
등산을 하면서 느낀 즐거움,지루함,고독, 힘듦등은 물론이거니와 이 자연 앞의 미개한 인간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확인해보니 자신에 대해 한걸음 떨어져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겨울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제 반까지 온듯.

그래도 나름 운동으로 단련된 몸 덕택에 아직까진 힘들지 않았다.

아니, 이 고양님들이 째려보고 계시네.

산에서 내려오는 길 중턱에 무인 매점이 있었다.
양심함에 돈을 내고 이용하면 되는 곳.
출출해서, 라면과 음료수를 들이키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ㅠ


조금 찜찜한건, 신발에 눈이 들어가, 전부 젖었다는 것. ㅠ

뭔가 의미있어보이는 사진인데. 모르겠네..

이렇게 둘레길을 완주하고, 난 바로 목포로 향했다.
목표 야경이 멋있다는 소리를 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산 위에 정자에 불이 켜져 있어, 무작정 그 곳을 향해 올라갔다. 홀로 그 어둡고 미끄러운 곳을 올라가는 기분 참 오묘했다.

목포의 야경은 참 아릅답더라.

혼자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 고요한 주위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길이 완전히 얼어붙어, 기어서 내려가야 했다.

내려가서 보니, 상당히 높은 곳이었다.

모든 것이 얼어붙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목포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이 두개의 길중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오른쪽 길을 택했다.

나는 여행의 묘미를 배웠다.
새로운 시간과 낯선 공간에 홀로 우두커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많은 느낌들.
이것은 어쩌면,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고 흐느끼게될 경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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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은 누구의 여행이었나
내 눈을 훓고 간 이 세상의 자연과 인간과 동물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과 울적한 빗물
끈적한 땀방울과 오아시스같은 생수와 찜질방의 차가운 식혜
나를 이끌어준 기차와 버스와 자전거
각자 목적을 지니고 여행하는 기차 안의 사람들
여행내내 내 사진을 잘 찍어준 고마운 친구
모두 기억 속으로 아련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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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경호-kh, 준현-jh)

(1일차)
청량리 > 풍기 > 영주 (부석사 > 선비촌 > 소수서원) > 안동

아침 6시 20분 집을 떠났다. 늦게까지 MP3에 들어갈 음악을 선곡하느라 아침은 하늘처럼 피곤했다.
[jh]

[kh]

미련한 설렘과 두려움을 지니고 쉴새없이 변화되는 차창의 세상을 흘겨보며 어디론가 달려가는 나와 기차의 거침없는 출발에 이하늘은 시크하게 반겨주었다.

[jh]

펜을 꺼내들고 노트에 친구와의 대화내용을 넌지시 적기 시작했다.
며칠전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왔던 친구가 영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던 일 부터 곧 군대를 가야하는 처지에 짝사랑하는 여교수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결국은 호기심 반 진심 반이라는 진실과 나에 대한 차가운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있어 벽으로 다가와 오해를 일삼게 된다는 생각, 현재 무관심으로 일관된 내 진실된 미소는 잃어버린 것 같다와 사랑은 없다라는 주장부터 남자는 여자의 외적인 것에 끌리고 여자는 돈과 같은 부에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이야기까지 술술 나왔다.

[kh]
풍기 도착

[jh] 
풍기 정도너츠. 생강과 인삼으로 만든 색다른 도너츠. 첫맛은 좋았지만, 세개 이상 먹기엔 힘들것 같다.
[jh]
부석사 도착

[jh]




[jh]


[kh]
영주역 도착

[jh]
안동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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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7.29)
1일차: 청량리 > 풍기 > 영주 > 안동
2일차: 안동 > 경주 > 해운대 > 광안리
3일차: 광안리 > 부산 > 마산 > 통영
4일차: 통영 > 마산 > 순천
5일차: 순천 > 여수
6일차: 여수 > 보성 > 곡성 > 영등포


여행에 특별한 목적은 없다.
사실, 어떤 목적을 기대했지만, 내가 경험하고 보고 느낀 모든 것이 결국 나를 향해 있기에 그 기대감은 결국 쓸모가 없다.
억지로 생각하려 했다. 내 지나온 세월과 현재 나의 모습, 앞으로의 일들.
하지만 기차 차창 너머로 쉴새 없이 바뀌는 자연의 풍경 앞에서 난 할말을 잃었고 머리 속은 텅 비었다.
첫날, 펜을 잡아 노트에 끄적여 봐도 나의 경직된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었고, 오히려 음악에 맞춰 바깥 구경을 하
며 공상이나 떨고 있는게 기분이 좋았다.
그만두었다. 제어하지 않고 현실의 나를 그대로 놔주었다.
여전히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다른 인간들이 정의한 그 기준과, 자질구레한 감정과 허식적인 위선과 사회적인 지위와 선입견과 편견.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믿었던 나는 결국 그것이 나만을 위한 위세적인 합리화라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유와 일탈로 아우성치고 있는 내면과 달리 분열된 내 머리는 쉴새없이 나를 가두고 있고 그것이 결국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거라는 자신없는 수긍은 이제 나를 기약없는 혼돈으로 몰고 간다.
여행에 지나친 많은 사람들중, 남여 커플들에 많은 눈길이 갔다.
찜질방에서 꿈을 공유하고, 산을 오르며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어여쁜 자연을 뒤로 하고 사진기를 향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기차 안에서 힘든 몸을 서로 기대며, 혹여나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들의 향기가 좋았다.
분명, 이런 장면들도 내 공상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 사랑이라는 테마에 대해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을 자연과 같이 관망할 뿐, 소통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나는 사람들에 무관심하고 이질된 관념에 두려워 하고 있다.


아 이젠 내 빌어먹을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무뎌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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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선유

2008. 11. 28. 01:06


from 준현
Posted by Elegant Universe

내 사랑... 선유.

2008. 10. 9. 02:38



가을의 선유.
Posted by Elegant Universe

내사랑 선유,,,

2008. 8. 1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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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you & Festival

Posted by Elegant Universe

내 사랑. 선유.

2008. 6. 2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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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 깊숙한 곳에 들어가지 않으렵니다.
전 아직 그럴 자격 없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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