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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3 푸른 바다

푸른 바다

2017. 1. 23. 14:26


제주에 왔다. 

작년 이맘때는 때아닌 폭설로 서귀포에 며칠 동안 묶인 적도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다가도 매서운 눈바람과 진눈깨비가 우수수 떨어지는 이 날씨 조차 이 제주의 매력이다.

푸른 바다 앞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코딩 문제를 풀다가도, 사색에 잠기고 이 곳의 여유와 낭만을 흠뻑 느끼는 이 순간이 좋다.

다만, 요즘 내가 목표로 하는 해외의 여러 회사 리쿠르팅의 새로운 기회와 파이널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그럴때마다,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이렇게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 건지, 심지어 내가 잘 지나 왔던 길인지 의구심이 문득 찾아온다.

올레길의 다양한 매력에 빠졌다. 언덕과 초원, 산, 시골마을, 해안가를 걸으며 깨끗한 공기와 자연의 원초적인 소리를 느끼다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문득 찾아오는 근심도 이곳의 바람을 따라 자연스레 보내본다.

내가 정녕 잘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이 순간 안하면 후회할 일은? 

다양한 인연도 좋다. 단편적인 만남도 좋다. 하지만, 바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토닥일 수 있는 인연은 지금 이 순간 없다. 

결국, 위로받고 싶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실패에 비굴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단지 인연이 아닐 뿐이라고.

그럼에도, 이 여행과 자연은 이러한 생각을 다시금 되새겨준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당분간 돈을 못벌어도, 원하는 커리어를 추구하지 못해도 괜찮다. 나에겐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조금 더 느긋해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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